브리태니커와 구글에도 안 나오는 인류 지식의 최신 보고서
카트린 파지크, 알렉스 숄츠 지음 / 태경섭 옮김
(135p) 인간의 무지 │ 성적관심
최근의 연구를 보면 동물의 성생활은 더 이상 우리가 과거에 생각하던 규칙적이고 경건환 충동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백 종의 동성관계가 증명되었다. 백조는 작은 보트 속에서 불멸의 사랑을 하고, 모든 송어의 60%는 거짓 성 기관을 진짜처럼 속인다.(아니. 우리는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인간이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인터넷 성 사이트의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이러한 전개 상황은 - 인간이 한낱 잡식동물로부터 고급 레스토랑 음식의 품평자로 발전해 왔듯이 - 끊임없이 발전해온 우리 뇌의 세분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부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는 왜 완두콩 수프를 다른 사람들처럼 좋아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보다 자신의 성적 관심에 대해 더 많이 매달린다. 물론 이에 대한 확실한 해답은 없다.
개념적으로 규정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들이 성적인 관심에 대해 말할 때 이것이 성적 취향인지, 성적 정체성에 대한 것인지도 모호하다. 각각의 규정은 그 자체로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동성애와 이성애는 자주 성적 취향의 의미로 말해진다. 양성애는 조금 복잡하다. 발이나 SM 행위에 대한 관심은 성적 취향으로 분류되게도 하고, 이것과 독립적인 것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분은 성적 관심의 다양한 발생, 정도, 불변성에 대한 좀 더 확실한 지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조건 지워진 것이다. 단순하게 말해서 자기 집에 로비 의자를 숨겨두고 있다는 것은 '성적인 취향'으로 간주되며, 일부 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이러한 성적 취향을 보호란다.
19세기까지 성적 규범에서 일탈하는 것은 나쁜 습관으로 여겼다. 19세기가 경과하면서 '성적인 비행은 정신병이 된다'라는 관념은 점차 '정신병과 정신의 퇴화가 성적 비행으로 나아간다'하는 관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20세기 전반부에는 진보적인 성과학자들 역시도 남성의 동성애는 테스토스테론 결핍에 의해 발생하고, 따라서 '이성애적' 고환 이식을 통해 치료될 수 있다고 믿었다. 동시에 프로이트와 그의 후학들은 비정상적인 가족 관계가 비정상적인 성적 태도를 낳는다는 이론을 펼치면서, 그러나 정신분석에 의해 치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탈적인 성적 태도는 '성심리의 유치증'으로 간주된다. 즉 성인이 아이의 발전단계에 고착되어 있는 현상이다. 1930년대에 의과대학생이던 테오 랑은 당시 동성애자는 '변질된 남성'이고 유전적으로 다른 성에 속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주장은 20년 뒤 성염색체를 규정할 수 있게 되면서 사라졌다.
정신분석 이론에 뒤이어 1950년대에는 행동주의 이론이 등장했다. 즉 비정상적인 성적 관심은 유아기에 겪은 어떤 정신적 외상이 반사작용을 일으킴으로써 발생한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반사작용은 후에 성적행동으로 극대화된다. 이러한 이론의 단점은 그 타당성이 검증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페티시한 경향을 띠게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한편으로 대부분의 동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동성애적 성향을 보인다. 성과학자인 브라이언 머스탠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종의 특수한 행동, 예를 들어 쥐에게서 나타나는 척추가 휘는 현상이나 튀어 오르는 행동 등은 인간의 성적 행동과 연관시킬 수 없다."
1970년대부터 점차 이론의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에 통용되던 가설은 적어도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논쟁이 사라졌다. 특히 통용되던 가설은 적어도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논쟁이 사라졌다. 특히 유혹이론과 감염이론이 등장했는데, 이러한 이론은 종종 강력한 법적 소송의 원인이 되었다. 동성애가 동성 부모와의 파손된 관계나 유년시적에 겪은 정신적 외상의 반사작용 결과라는 이론은 더 이상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었다. 유혹이론과 감염이론은 동성애 이외의 다른 성적 행동방식과 관련해서는 경우에 따라 적용되긴 했지만, 동성애를 설명하는데에 주로 사용되었다. 대안이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1990년대 초부터 의학과 심리학에서는 다시 '생물주의적biologistic' 연구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 경향은 더 이상 일차적으로 사회적인 영향관계가 아니라 유전자·호르몬·전염의 영향과 관련된다. 이러한 연구는 한편으로 오늘날 사용되는 조사방법과 연관성을 갖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라져 가는 정신분석의 영향도 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 방향의 틀 안에서 이미 1930년대에 테오 랑이 변질된 남성에 관한 자신의 이론에 적용한 관찰, 즉 손위의 형제가 많은 남성일수록 동성애 경향을 띌 확률이 높다는 관찰도 다시 새로운 방향에서 연구되었다. 이러한 가설은 언뜻 터무니 없어 보이지만, 거의 20편에 이르는 연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손위의 자매가 많은 여성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성 동성애의 경우에는 이러한 연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추측컨대 프로이트라면 손위의 형제들이 가족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을 것 같다. 하지만 살제로 그는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손위의 형제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과 반대로 피를 나누지 않은 형제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즉 가은 어머니에게서 나온 아들들에게만 해당된다. 이 모든 것은 이러한 요인이 이미 자궁 속에서 시작되며, 출산 이후 과정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다. 왜 그런지는 아직 해명되지 않고 있다. - 종종 어머니의 면역체계가 '남성' 단백직에 반응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자연이란 쉽게 그 비밀을 가르쳐 주지 않는 만큼 이 모든 문제는 오른손잡이-왼손잡이의 문제처럼 정답이 없다.
생물학적 연구 방향에서 나온 또 다른 이론은 자궁 속 남성 호르몬의 함유율이 후에 아이의 성적 방향뿐 아니라 약지와 집게손가락의 길이 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지금까지 논란이 매우 분분하다. 그 이유는 인종적인 뿌리와 같은 다른 요인들도 손가락의 길이 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동성애와 여성 동성애에 대한 연구는 매우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떤 특정한 유전적 영향을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 남성의 경우가 여성의 경우보다 더 분명한 것 같다. 몇몇 연구자는 남성 동성애는 X 염색체에서 기인한다고 추측한다. 왜냐하면 남성 동성애는 어머니와 친밀한 경우에 더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아버지쪽으로부터의 유전적 영향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거의 아이를 갖지 않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동성애는 다른 요인들과 더불어 유전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보이고, 여성의 경우는 남성과 다른 형태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동성애와는 다른 성적 관심에 있어서도 이와 비슷한 연관관계가 있는지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뇌 손상이나 약물 남용으로 갑자기 이상한 성적 경향을 보인 사람에 대해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보고들이 있다. 하지만 개별 사례에 국한되지 않은 페티시나 SM 또는 수간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남성에 대해서도 별로 알려진 게 없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 정보가 더욱 빈약하다. 몇몇 성과학자는 극히 드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여성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견해를 부정한다. 이러한 불만족스러운 연구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성적 관심의 원인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 않고, 성과학자 수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자와 심리학자는 이러한 주제에 매달리려 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성적 관심의 원인에 대해 연구하느 ㄴ학자자는 많지 않고, 성과학자 수도 많지 않기 떄문이다. 의학자와 심리학자는 이러한 주제에 매달리려 하지 않는다. 연구지원금과 대학의 자리를 얻거나, 대중매체에서 '발가락을 빠는 연구자'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지 않으려면 좀 더 커다락 주제의 자기 의식적이며 차별화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동성애 연구는 지금까지 반쯤만 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따금씩 다른 연구 분야에서 인간의 성에 대해 오류가 있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미국의 신경학자인 빌라야누르 S. 라마찬드란은 환상의 고통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하면서 - 이것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발 페티시즘과 관련된다. 발에서 감각되는 정보가 성기에서 감각되는 정보와 함께 뇌에서 직접적으로 가공된다고 주중했다. 라마찬드란은 자신이 치료하는 한 환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환자는 발을 절단한 이후에 환상 속에 나타난 발에서 오르가슴을 체험했고, 그때 느낀 오르가슴은 이전보다 더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 이론은 오히려 많은 사람이 발을 빨릴 때 쾌감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다른 사람의 발을 빠는 페티시즘의 소망은 여전히 단순한 논리로 해명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페티시즘의 소망을 최근 신경학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거울신경' 때문이라고 본다. 거울신경은 어떤 행위를 관찰할 때 마치 똑같은 행동을 스스로가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이다. 이론이 성행할 당시 거울신경은 신경연구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정도로 전능한 기능을 했다. 발 페티시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라마찬드란에 따르면 남 몰래 사람들이 자신의 발에 헌신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이론은 정신분석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나 빌헬름 슈터켈이 유아기 때 자신의 발을 빨린 사람이 발 페티시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이론보다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 페티시즘 연구에 있어서 눈에 띄는 점은 보통 성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입·가슴·엉덩이·성기 같은 곳, 물론 부분적으로 번식이란 측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이라 해도 페티시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머리카락과 발은 페티시즘의 부분으로 인정된다. 이는 오랜 연구의 역사나 사회적 관습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대부분의 신체 부위는 성적 페티시즘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세련된 치장으로 덮일 때에는 그렇게 될 수가 있다. 특정한 신체 부위나 물건이 얼마나 자주 페티시즘화 되는지, 빈도가 사회적 환경이나 유행과 얼마나 자주 페티시즘화 되는지, 빈도가 사회적 환경이나 유행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는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 대체로 최소한의 성적 관심에 대한 자료들이 있을 뿐이고,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나라의 상황들을 비교하고 문화적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2006년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퍼트리셔 크로스와 킴 매서슨은 새도매저키즘에 대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이론들을 인격 테스트를 통해 검사해 보았다. 이러한 테스트에서는 어떤 이론도 증명되지 않았다. 즉 조사를 받은 매저키스트들은 정신분석학자들이 에상하는 어떤 죄책감에 시잘리지 않고 있었고, 심리적 문제점이나 불안함의 경향도 더 많이 나타내지 않았다. 조사를 받은 사디스트들은 일반인과 비교해서 일상생활에서 어떤 권이적 특징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반사회적인 성격파괴 현상도 볼 수 없었다. 가치와 성 역할적 측면에서 모든 새도매저키스트의 생각은 상당히 페미니스트적 입장과 가까웠다. 물론 매저키스트적 행위는 억압적인 근대적 자아의식을 조금이나마 떨쳐재려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심리학자 로이 바우메이스터의 이론 역시도 증명되지 못했다.
몇 년에 한 번씩은 적어도 어떤 집단이 어떤 성적 태도를 보이는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조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성규범의 일탈현상에는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 속에 담겨 있다. 동성연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한 뒤에는 모든 것이 용인되어서 바로 라텍스·페티시도 허용될 수 있는가?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다방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 전화로 부탁하면 화를 내며 전화를 끊은 대신에 자신의 성생활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상한 성적 관심을 형성하는 어떤 특별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는가? 조사에 응답한 많은 사람은 성인으로서의 성적 관심은 이미 사춘기 이전에도 분명히 그러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대답을 믿어야 할지, 좀 더 입증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놀란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나이를 먹으면서 성적인 관심이 변하는지, 적정한 치료행위를 통해 변화될 수 있는지, 사춘기가 끝나면서부터는 전혀 변하지 않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연구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성적 관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진영과 하위 문화적 입장에서는 자신의 관점에서 너무나 강하나 태도를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그들의 진술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어쨋든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성을 결정하는 복합적인 측면을 단순한 원인으로 소급시킬 수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성적 관심은 여러 다양한 원인을 지니며,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행동방식을 가직 것이다. 이제 왜 나는 다른 사람보다 완두콩 수프를 더 좋아할까 하는 의문은 곧 해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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