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 청소년이 0~6시에 네트워크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을 즐기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이하 셧다운제) 규정이 담긴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 개정안이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16세 미만 셧다운제, 국회 본회의 통과 기사 바로가기) 청보법 개정안이 통과되고나서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와 각종 청소년단체들은 청보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협회 최관호 회장은 지난 5월 20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8월 중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고, 청소년단체들은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헌법소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기초로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청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에는 셧다운제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법조인들의 인터뷰가 각종 언론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법조인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학부모의 '교육권' 및 '인격형성권', 게임업체의 '직업 수행의 자유' 및 '평등권' 등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셧다운제 관련 기사들이 한 동안 '쏟아졌죠'. 이에 본 기자는 헌법소원이 무엇인지, 누가 청구할 수 있는지, 헌법재판소는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될 경우 어떤 판결이 나올 수 있는지를 정리하는 기획기사를 작성했습니다. ■ 셧다운제 주요 내용 - 만 16세 미만 청소년 0~6시 인터넷 게임 이용 제한 셧다운제의 핵심 내용은 인터넷게임(온라인게임, 웹게임, SNG 등) 제공자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0~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해서는 안되며, 이를 어기는 자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청보법 개정안에는 셧다운제에 적용되는 게임물 재평가 조항, 인터넷게임중독 피해를 입은 청소년에 대한 치료/재활 서비스 등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특 집]16세 미만 셧다운제, 주요 내용 총 정리! 기사를 참고하시죠. ■ 위헌/합헌 판단의 기준 - 기본권제한과 비례의원칙 1. 기본권과 기본권제한 헌법에는 '기본권 규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본권이란 인간이 천부적으로 지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자유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이 있습니다. 이런 기본권들이 항상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의 이익,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는 병역의 의무를 부담해야하는데, 이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곳에 거주할 수 없고 직업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병역법에 의해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이죠. 헌법에는 이렇게 공공의 이익 혹은 국가안보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한 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헌법 제37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을 전문용어로 '비례의 원칙'이라고 하는데요, 법률이 위헌인지를 판단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조항입니다. 셧다운제가 위헌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이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항목에서 설명해드리죠. 2. 기본권 제한의 한계 - 비례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이 청구됐을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이 바로 저 부분입니다. 셧다운제를 예로 들면, 인터넷게임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0~6시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냐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16세 미만 청소년 입장에서는 0~6시에 인터넷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이 '행복추구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냐가 쟁점이 되겠죠. 헌법재판소는 셧다운제 내용이 위에서 열거한 기본권들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지를 각 기본권별로 판단합니다. 판단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비례의 원칙'입니다. 셧다운제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셧다운제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지 직접 판단해보시죠.) 셧다운제가 합헌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각 기본권별로 비례의 원칙을 적용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1) 기본권을 제한하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16세 미만 청소년으로 하여금 0~6시에 인터넷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한다는 규정의 목적이 '정당한지'를 보고, 셧다운제로 인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참고로, 셧다운제의 목적은 '청소년 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위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셧다운제로 인해 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청보법 개정안은 위헌이 됩니다. 2) 침해의 최소성 위에서 말한 셧다운제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국내에서 인터넷 게임 서비스업을 금지시키거나, 청소년은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포함되겠죠. 업계에서 자율규제로 준비했던, 피로도 시스템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구요. 헌법재판소는 셧다운제가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서 기본권을 가장 적게 제한하는 방법인지를 판단합니다. 법률의 목적은 달성해야 겠지만, 이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보는 것이죠. 그래서 '침해의 최소성' 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3) 침해의 상당성 마지막으로, 해당 법률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과 그 법률로 인해 발생한 '불이익'을 비교합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셧다운제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은 -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0~6시에 인터넷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 입니다. 셧다운제로 인해 발생한 '불이익'은 - 1) 인터넷게임 서비스업체 입장에서는 원하는 시간에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는 점과, 셧다운제 적용을 위한 서버 시스템 구축, 인력 소모 등이 있습니다. 2) 청소년 입장에서는 0~6시에 인터넷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있습니다. 침해의 상당성이란, 위의 '공익'과 '불이익'을 비교해서 공익보다 불이익이 크면 위헌이라는 것입니다. 비례의 원칙을 구성하는 위의 3가지 원칙은 단계별로 적용됩니다. 1)번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면, 2), 3) 원칙은 고려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1), 2) 원칙을 지켰더라도 마지막 3)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면 위헌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헌법재판소에는 총 9명의 재판관이 있습니다. 셧다운제의 경우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고, 국회 본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던 관계로, 재판관 9명이 모두 심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용어로 '전원합의체'라고 합니다.) 총 9명의 재판관이 심사에 참여하는 경우,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이라고 판단해야 위헌 결정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위헌의견이 5이고, 합헙의견이 4이면, 합헙 결정이 나옵니다. ) ■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셧다운제가 침해하는 기본권들 셧다운제가 침해하는 기본권들은 크게 2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터넷게임 서비스 업체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있고(직업 수행의 자유, 평등권), 청소년의 기본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직업 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에 대해서는 지난 특집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특 집] 셧다운제가 침해하는 기본권은?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기사에서 살펴보지 않았던,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학부모의 '교육권', '인격형성권'도 문제가 된다는 시각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1) 행복추구권 행복추구권은 헌법 제10조가 규정합니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 규정에 비해 좀 추상적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명 코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규정이기도 합니다. 행복추구권을 쉽게 말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행복추구권에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인터넷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셧다운제는 만16세 미만 청소년이 0~6시에 인터넷게임을 즐기지 못하도록합니다. 그래서 행복추구권의 침해가 되는 것이죠. 이런 침해가 위헌이냐 아니냐는 헌법재판소가 '비례의 원칙'을 기초로 판단하게 됩니다. 2) 교육권/자녀에 대한 인격형성권 교육권(혹은 교육의 자유)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행복추구권(10조) 및 혼인-가족에 대한 기본권을 규정한 제36조에서 파생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이 기본권은 주로 '학원 운영시간 제한'이나, '과외 금지' 같은 이슈에서 자주 등장하죠. 교육권에서 파생되는 '부모가 가지는 자녀에 대한 인격형성권'은 교육권과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교육권이 자녀의 '교육'에 대한 것이라면, 인격형성권은 아이의 전체적인 일상생활을 지도할 수 있는 부모의 권리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셧다운제에서 교육권/인격형성권이 권리가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부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16세 미만 청소년이 0~6시에 인터넷게임을 즐기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만약 특정 학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에 대해 "주말에는 밤 12시 이후에 인터넷게임을 즐겨도 좋다"고 정하고 싶어도 셧다운제 때문에 이런 합의를 하는 데에 제한이 발생합니다. 일부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를 내 방식대로 키우겠다는 데 왜 국가가 간섭을 하느냐"고 문제삼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학부모가 많지는 않겠지만요.) 만약 청소년단체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때 특정 학부모가 교육권/인격형성권을 문제삼아서 헌법소원을 같이 청구한다면, 헌법재판소도 이 권리에 대해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관련된 헌법재판소 판결 중에는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해서는 부모의 교육권이 우선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 헌법소원 결과는? 지금까지 논의한 것을 고려해볼 때,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될 경우 위헌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을까요? 이를 판단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므로,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인터넷게임 서비스 업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부분이나,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부분은 위헌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소원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관건입니다. 하지만 이를 예측하는 것은 헌법소원 결과를 예측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길게는 4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만한 것은 -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공개변론이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된 경우, 합헌 주장을 하는 자와 위헌 주장을 하는 자(주로 대학교수들이 참석합니다)를 헌법재판소로 불러서 서로의 주장을 들어보고, 헌법재판관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이목을 끌었던 공개변론으로는 병역법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있습니다.) 이하는 헌법소원의 의의와 청구 요건 등 헌법소원 제도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헌법소원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참고하세요. ■ 헌법소원과 헌법소원의 청구요건 - 기본권을 침해당한 자 1) 헌법소원과 셧다운제 헌법소원이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 기본권을 침해당안 자가 헌법재판소에 자신의 기본권을 구제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대해 규정한 법률로는 헌법재판소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권력의 행사'란, 크게 1) 법률-명령 등을 제정하는 입법, 2) 법률-명령 등을 집행하는 행정, 3) 법률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사법이 있습니다. (단, 사법기관의 판결과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있습니다. 행정소송의 대상이되는 처분 등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등의 다른 제한도 있지만, 본 기사와는 크게 관계가 없으므로 넘어가겠습니다. ) 셧다운제의 경우에는 청보법 개정안에 있는 셧다운제 관련 조항이 문제가되어 헌법소원이 제기될 예정입니다. 즉, '청보법 개정안 제정'이라는 '입법'에 의해 '평등권',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당한 게임 업체 혹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당한 청소년이 청보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되는 것이죠. 2) 헌법소원 청구요건과 기간제한 -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자'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도 가능하나, 법정대리인(부모님 등)이 소송을 대리해야 합니다. 셧다운제 조항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자는 인터넷게임 서비스 업체, 그리고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다른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체절차를 모두 거쳐야 합니다. 행정기관이 내리는 각종 '처분'은 행정심판, 행정소송이라는 구제절차가 있지만, 국회가 하는 '법률 제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구체절차가 없으므로, 청보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기본권의 침해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기본권의 침해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셧다운제의 경우 청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날이 '기본권의 침해가 있는 날'이 됩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게임업체과 청소년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날, 즉 셧다운제가 시행되는 오는 11월 경부터 헌법소원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청보법 개정안이 공포됐지만, 아직 시행되기 전인 지금도 헌법소원이 가능할까요?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청보법 개정안이 앞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미리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ruliweb.com
보도자료 press@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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