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깝다 (순우리말) : "섭섭하고 야속하여 아니꼬운 마음이다"라는 우리말이다.

충격적인 고백을 하나 하자면… 아무의 아버님은 '목사님'이셨습니다.
작은 교회의 대빵(?)이셨기에 전 어린 마음에 고개가 참 빳빳했드랬죠. ^^*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어쨋든 지금은 5년전에 암으로 천국에… 계십니다.
(위암 수술 후 재발, 말기로 발전에서 시한부 선고 1달을 받고서도 신앙으로 10년을 더 사신 멋진 아버님)

그런 이유로 이차저차해서 지금 아무는 교회 사택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수고비 이외에는 벌이가 전무했던 저희 가족에게 주어진 최저생계보장이랄까? 뭐 그런…

그래서 교회에 얹혀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과 아웅다웅 하며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그 가운데 교회에서 (어쩌면 목사님보다 더 위대하신) 숨은 실세 이○○ 장로님이 계십니다.
아무 자본도 없이 알부자신화를 이뤄내고 그 돈으로 교회를 세우고 지금까지 버티신 용한 분이지요.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장로님에 대한 일화입니다.
이 분이 젊으실 때는 안그렇시더니만 나이를 한두살씩 더 잡수시면서 '괴팍한 노인네'로 변모하시더라구요.
뭐랄까… 애써 자기 돈 들여가며 칭찬받을 일을 추진=>성공 하는데 칭찬은 커녕 욕만 바가지로 먹는 스타일?

그래서 가장 어르신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밖힌 꽤 독특한 성향의 분이십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무는 이상하게 이 노인네가 좋더란 말입니다. 대부분의 교회 식구들이 이 분에게 잔소리조차 안 들으려고 일부러 밥도 다른 시간에 먹고 (터미네이트! 만남의 시간) 면전에서는 참아도 시간만 나면 뒷통수에 대고 열심히 비난을 날려댑니다. 착하고 성실하지만 그리 영리한 호인은 아니랄까나? 그래서 대놓고 싫어한다고 말하는 어른도 종종 봐 왔습니다.

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이 장로님이 전혀 고깝게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하는 짓마다 단어 그대로 '고깝다'라는 뜻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섭섭하고, 야속하고, 아니꼬운 일들 뿐인데도 이상하게 아무에게는 오히려 귀엽게 보인단 말이죠. 사실 교회의 가장 큰어른이고 더욱이 숨은 실세, 누가봐도 재력가이다 보니 그에게 잘 보여 나쁠게 없기는 하지만, 아무는 필요이상으로 장로님에게 부비적댑니다. 일부러 잔소리 들을 짓까지 해가면서 말이죠.

오늘 아침에도 제가 목욕하고 쉬고 있노라니 저희 어머니께서 曰
"장로님 금방 밥 다 드시니까. 혼자 먹으라고 냅두고 조금만 있다가 나랑 같이 아침밥먹자"
하지만 "기회는 이때다!"를 외치며 저는 잽싸게 내려가서 장로님과 부비부비(?)를 즐기며 조반을 만끽했습니다.
아무가 변태인 걸까요? 왜 그 장로님한테는 잔소리(=욕)을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은건지 원…  뭐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고깝다'라는 표현을 쓰다가 갑자기 사전을 뒤저볼 욕구가 솟구쳐서 네이버를 기웃거리다 말고 이런 넉두리를 주절주절 남기는 아무도 그냥 평범한 녀석은 아닌가 봅니다. [웃음]


p.s.
지방색이 나름 강렬한 전라도를 고향으로 둔 탓에 그 동안 '고깝다'라는 표현이 사투리 인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표준어…까지는 안되도 삼라만상에 통용되는 비속어 정도는 되는 거였군요. 그것도 순 우리말.

전 왼쪽처럼… 울 장로님은 오른쪽 처럼 생겼습니다. [아무의 코가 대기권을 돌파 안드로메다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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