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건 속담 속에서만 해당하는 사실입니다.
보기 좋은 떡을 먹기전 의심해 봐야 해야하는 추하고도 서글픈현실.
네이버에서 종종 웹폰트를 만나게 되는데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까닭을 조곤조곤 잘 설명해놓은 '전광석화'님의 글을 담아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어떻게 하면 웹 페이지를 멋지게 보이게 할까? 하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고민거리였고, 앞으로도 고민거리일 것입니다. HTML 이라는 체제는 OS와 웹 브라우저를 넘어선 호환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호환성 덕분에 웹 환경은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지만, 여러 가지 제한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를 뛰어넘기 위하여 이미지를 쓰기도 하고 플래시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문 텍스트에 대해서는 여전히 난점이 많습니다.
본문을 전부 이미지나 플래시로 쓰는 건 낭비죠. 하지만 영문은 그래도 기본 제공되는 글꼴도 여러 가지고 모양도 좋지만 한글은 많이 뒤떨어져 있습니다. 한글 글꼴 하나를 개발하려면 영문보다 구현해야 하는 글자 수도 훨씬 많은 데다가 한 글자가 차지하는 공간 속에 워낙에 획이 조밀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무척 까다롭습니다. 윈도우 기본 글꼴은 XP까지는 네 가지고, 비스타부터는 여기에 맑은 고딕이 더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사실 궁서는 별 의미가 없으니 서너 가지 정도입니다. 그나마 굴림과 돋움은 큰 차이가 없죠.
최근 들어서는 이런 한계를 뛰어 넘는 '웹 폰트'란 게 퍼지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설치해서 쓸 수 있는 글꼴이 아닌, 웹을 위해서 디자인된 비트맵 글꼴을 웹 환경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모리스 디자인을 필두로 윤디자인과 같은 몇몇 회사에서 웹 폰트를 무료 또는 유료로 내놓고 있고 싸이월드나 네이버와 같은 서비스에서 웹 폰트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웹 폰트는 사실 본질만 놓고 본다면 무척 좋은 서비스입니다. 내가 이런저런 글꼴로 웹 페이지를 디자인해도 상대방 컴퓨터에 그 글꼴이 없으면 말짱 헛것입니다. 하지만 웹 폰트는 그 글꼴을 쓴 페이지를 상대방이 로드했을 때 글꼴로 함께 전송이 되기 때문에 내가 디자인했을 때와 같은 글꼴로 상대방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쓰이고 있는 웹 폰트를 쓰는 것에 반대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지금 웹 폰트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웹 폰트 자체가 MS가 만들어낸 EOT(Embedded Open Type)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웹 폰트가 시장에 나오기 전에 어떤 폰트 회사에 몸담고 있을 때 EOT에 대해서 연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2000년 경입니다. EOT 기술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4가 나왔을 때부터 출시됐는데 컴퓨터에 있는 트루타입/오픈타입 글꼴을 WEFT란 프로그램으로 변환해서 EOT 파일로 만드는 것입니다. 원래는 넷스케이프에서도 비트스트림과 손잡고 트루닥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만 별 빛을 못 보고 넷스케이프 6 뒤부터는 빠졌고 파이어폭스에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EOT 기술을 만든 MS에서도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별 흥미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WEFT는 2000년에 버전 3 까지 나온 이후 더 이상 버전 업이 없습니다. 이미 그 이후로 OS나 하드웨어 환경도 많이 바뀌었고, 웹 브라우저 업그레이드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WEFT는 별 발전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WEFT가 더 이상 버전 업 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이라서 그런 것 아니냐, 고 하실 지 모르지만 이 프로그램은 한글 이름을 가진 글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WEFT로 한글 이름을 가진 폰트를 변환하려고 하면 제대로 변환이 안 돼서 쓸 수가 없게 됩니다. 사실 웹 폰트는 그야말로 '편법' 기술입니다. 지금 쓰이고 있는 이른바 웹 폰트는 WEFT가 안고 있는 문제를 편법을 동원해서 피해 나가고 있는 것인데, MS에서는 이 문제점을 지금까지도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별로 지원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죠.
CSS에서는 웹 임베딩 글꼴을 지원하긴 합니다. @font-face란 표현으로 웹 페이지에 임베딩 글꼴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는데, 현재 지원되는 브라우저는 IE와 사파리 뿐이고, 사파리는 EOT가 아니라 그냥 트루타입 글꼴을 그대로 내보냅니다. 요즘 인터넷이 빨라졌다고 해도 한글 트루타입 글꼴 용량 엄청 큽니다. 모바일 종량제 또는 일정 용량까지 정액제로 쓰는 사람들한테는 자칫 용량 테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파이어폭스 3.1에서는 @font-face 부분을 구현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게 EOT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MS에 종속된 기술을 파이어폭스에서 쓸 리가 없죠. 아마도 사파리처럼 트루타입을 그대로 임베딩시키는 방법이 될 확률이 큽니다.
그렇다면 웹 폰트 회사들이 트루타입으로 웹 폰트를 만들면 그만 아니냐...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문제가 간단치 않습니다. EOT는 그야말로 웹 환경 안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래아한글이나 오피스 같은 일반 프로그램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또한 저작권 방지 기술도 있어서 이 글꼴을 돈 주고 산 사람만이 쓸 수 있고, 그 사람의 웹 페이지를 로드할 때 글꼴을 내려 받은 사람은 그 글꼴로 남의 페이지를 볼 수만 있지 그 글꼴로 내가 웹 페이지를 작성하지는 못합니다. 사실 웹 폰트는 페이지와 함께 웹 폰트도 서버에 올려 놔야 합니다. 그런데 트루타입은 이와는 다릅니다. 일단 다운로드되면 내 컴퓨터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물론 폰트 업체에서 키락과 같은 방법으로 저작권 보호를 할 수도 있겠지만 훨씬 복잡하고 불편해서 웹 환경에 적용하기 불편합니다. 따라서 공짜 글꼴이라면 트루타입으로 나올 수 있겠지만 유료 글꼴은 안 나올 거라는 얘기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웹 폰트 가운데에서 윈도우 기본 글꼴보다 잘 읽힌다고 볼 수 있는 글꼴은 감히 말씀드리지만 하나도 없습니다. 몇몇 글꼴들이 윈도우 기본 글꼴보다 낫다고 합니다만, 나름대로 글꼴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왔고 글꼴 업계에서도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개발자로서는 일한 바 있는 제 눈에는 '아니올시다'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글꼴에서 명조 계열 세리프(획의 끝이 붓글씨처럼 구부러지는 것)는 크기가 작아졌을 때 억지로 세리프를 만들면 획이 조밀하게 들어가는 글자에서는 주로 모음에서 튀어나는 획들('ㅓ', 'ㅗ' 같은 것들)과 헷갈려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웹 폰트들이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인쇄 환경에 써 오던 명조체 계열 글꼴을 무리하게 웹 환경에 이식하려 하는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윈도우 비스타에서 쓰이는 맑은 고딕(타이포그래피의 고수들이 가장 인정하는 산돌에서 만든 거죠)이 클리어타입을 켜 놓고 볼 때에는 가장 가독성이 좋다고 봅니다. 안 그래도 획이 영문보다 훨씬 조밀하게 들어차는 데 거기에 세리프까지 첨가하시는 건 아무리 봐도 웹 환경의 본문 텍스트에서는 '오버'입니다.
다시 말하면 MS에서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기술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웹 폰트란 이름을 가지고 포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EOT는 웹 표준도 아니고, 표준이 될 리도 없습니다. 지금 웹 폰트는 오히려 웹 환경을 IE에 종속시켜 버리는 원인이 됩니다. 물론 본문 텍스트를 좀더 개성있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윈도우 기본 글꼴이 마음에 안 들기도 하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웹 폰트는 그에 대한 좋은 해답도 아니고 오히려 문제점이 더 많다고 봅니다.
p.s. 옵큐에서 예쁜 폰트를 사용하면서 '내 블로그도 이런 글씨체로 보였으면 좋겠다~'란 나쁜 생각을 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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