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본인)는 2년전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죽을뻔 했고,
목이 부러졌고,
후유증으로 인한 지랄발광(!?) 덕분에 정신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기억상실이 남았습니다. 아! 기억력 저하도 남았네요.
어쨋든 겉으로는 멀쩡해졌기에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착각해버린 전 곧바로 대학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날 나름 영재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기에 큰 부담없이 전공(공대)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뇌손상의 무서움을 간과했었나봅니다. 정서중추에 큰 상처가 남아있기에 의사라 우려했던데로 정신상태도 꽤나 약해져 있었습니다. 거기다 생각했던 것보다 잃어버린 기억이 많다는 사실, 고등과학과 고등수학이 짬뽕된 전공수업이 너무나 버거운 현실, 작은 시련에도 금방 위축되버리는 심약한 마음가짐 등등의 변화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과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신조처럼 대학생활을 보냈던 저이기에 친구도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있던 친구들이 모조리 졸업, 취업해버렸다는 사실도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자존심 같은건 다 버리고 교수님과 동생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맘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다는게 정확한 말이겠네요. 사고로 병원에 있던 기간이 '병결'이 아닌 '휴학'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더이상 휴학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지금은 하루 4~5시간의 알바가 하루 일과의 전부인 그런 어이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다친 몸과 마음으로 너무 성급했다고 말씀하시며 위로를 해주시지만, 가끔 내비치시는 우려와 걱정의 눈초리는 감출 수 없나 봅니다. 아니 제가 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어머니의 따스한 눈길조차 차갑게 느껴버리고 마는 거겠죠.
오늘은 저의 기억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게 기억상실이 맞는지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쨋든 제 머리속에는 손실된 부분이 있는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음..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요? 사람의 기억이 하나의 커다란 도시모형이라면 건물을 의미하는 블럭이 간혹 하나씩 없어졌있달까요? 그런 식으로 전혀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중학교가 하나 있는데 제 머리속에는 그 건물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무관심의 여파이기도 하겠지만 택시로 근처를 여러번 다녀간 것이 분명한데도 그 구획 자체가 머리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져 있습니다.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잃어버린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그 위화감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모를 것입니다. 더욱이 그런 비어있는 부분이 제 학업에 필요한 전문지식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맞딱뜨려 버렸을 때의 공포는 정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공부하면 된다구요? 어느 부분을 잃어버렸는지 알지도 모르는데 그럼 초등6년, 중등3년, 고등3년, 대학2년의 그간 학업을 모조리 반복하면 될까요? 그리고 그게 반복한다고 다시 채워지는 것들입니까? 정신병원 생활을 했던 초창기에 혹시 내가 어느세계에서 죽고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지는 패러럴월드에서 부활한게 아닐까 하는 환상에까지 사로잡혀 살던 과거가 떠올라 다시금 몸서리를 치는 일이 가끔 일어납니다.
장기기억 뿐만 아니라 단기기억 또한 큰 손실이 있었습니다. 강도가 약한 건망증이랄까? 그나마 자신이 뭘 잊고 있는지 자각하고 있고 그걸 애써 기억하려 하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사고전에는 깜빡깜빡하는 그런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고 굳이 암기하려 애쓰지 않아도 대부분의 것들을 쉽게 외워서 쓸 수 있었다는걸 떠올리면 그리고 아무리 궁리해도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릴 수 없는 일이 생길때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심약해진 멘탈과 더불어 결국 대학을 그만두게 된 가장 큰 원인이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무단으로 출석을 그만 둔 상태라 교수님 왈 "재적이지만, 사정이 있는 경우 매년 학과회의를 통해 그런 학생을 1학년으로 재입학 시킬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지만 말입니다. 큰 위안이 될듯한 소리이지만, 지금 같아서는 돌아간다 해도 도돌이표가 그러질 것 같아서 두렵기만 합니다. 지금은 안정되어 있는 상태라서 이런 글도 차분히 쓸 수 있지만, 조울증까지 저를 괴롭힐 때면 정말 죽고 싶습니다. 아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우연히 '죽음'이라는 갈림길에서 '기적'같은 회복을 통해 사회로 돌아왔지만 차가운 '현실'을 맞딱뜨리고 결국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아무의 투덜거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을뻔 했고,
목이 부러졌고,
후유증으로 인한 지랄발광(!?) 덕분에 정신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기억상실이 남았습니다. 아! 기억력 저하도 남았네요.
어쨋든 겉으로는 멀쩡해졌기에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착각해버린 전 곧바로 대학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날 나름 영재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기에 큰 부담없이 전공(공대)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뇌손상의 무서움을 간과했었나봅니다. 정서중추에 큰 상처가 남아있기에 의사라 우려했던데로 정신상태도 꽤나 약해져 있었습니다. 거기다 생각했던 것보다 잃어버린 기억이 많다는 사실, 고등과학과 고등수학이 짬뽕된 전공수업이 너무나 버거운 현실, 작은 시련에도 금방 위축되버리는 심약한 마음가짐 등등의 변화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과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신조처럼 대학생활을 보냈던 저이기에 친구도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있던 친구들이 모조리 졸업, 취업해버렸다는 사실도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자존심 같은건 다 버리고 교수님과 동생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맘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다는게 정확한 말이겠네요. 사고로 병원에 있던 기간이 '병결'이 아닌 '휴학'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더이상 휴학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지금은 하루 4~5시간의 알바가 하루 일과의 전부인 그런 어이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다친 몸과 마음으로 너무 성급했다고 말씀하시며 위로를 해주시지만, 가끔 내비치시는 우려와 걱정의 눈초리는 감출 수 없나 봅니다. 아니 제가 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어머니의 따스한 눈길조차 차갑게 느껴버리고 마는 거겠죠.
오늘은 저의 기억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게 기억상실이 맞는지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쨋든 제 머리속에는 손실된 부분이 있는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음..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요? 사람의 기억이 하나의 커다란 도시모형이라면 건물을 의미하는 블럭이 간혹 하나씩 없어졌있달까요? 그런 식으로 전혀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중학교가 하나 있는데 제 머리속에는 그 건물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무관심의 여파이기도 하겠지만 택시로 근처를 여러번 다녀간 것이 분명한데도 그 구획 자체가 머리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져 있습니다.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잃어버린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그 위화감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모를 것입니다. 더욱이 그런 비어있는 부분이 제 학업에 필요한 전문지식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맞딱뜨려 버렸을 때의 공포는 정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공부하면 된다구요? 어느 부분을 잃어버렸는지 알지도 모르는데 그럼 초등6년, 중등3년, 고등3년, 대학2년의 그간 학업을 모조리 반복하면 될까요? 그리고 그게 반복한다고 다시 채워지는 것들입니까? 정신병원 생활을 했던 초창기에 혹시 내가 어느세계에서 죽고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지는 패러럴월드에서 부활한게 아닐까 하는 환상에까지 사로잡혀 살던 과거가 떠올라 다시금 몸서리를 치는 일이 가끔 일어납니다.
장기기억 뿐만 아니라 단기기억 또한 큰 손실이 있었습니다. 강도가 약한 건망증이랄까? 그나마 자신이 뭘 잊고 있는지 자각하고 있고 그걸 애써 기억하려 하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사고전에는 깜빡깜빡하는 그런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고 굳이 암기하려 애쓰지 않아도 대부분의 것들을 쉽게 외워서 쓸 수 있었다는걸 떠올리면 그리고 아무리 궁리해도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릴 수 없는 일이 생길때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심약해진 멘탈과 더불어 결국 대학을 그만두게 된 가장 큰 원인이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무단으로 출석을 그만 둔 상태라 교수님 왈 "재적이지만, 사정이 있는 경우 매년 학과회의를 통해 그런 학생을 1학년으로 재입학 시킬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지만 말입니다. 큰 위안이 될듯한 소리이지만, 지금 같아서는 돌아간다 해도 도돌이표가 그러질 것 같아서 두렵기만 합니다. 지금은 안정되어 있는 상태라서 이런 글도 차분히 쓸 수 있지만, 조울증까지 저를 괴롭힐 때면 정말 죽고 싶습니다. 아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우연히 '죽음'이라는 갈림길에서 '기적'같은 회복을 통해 사회로 돌아왔지만 차가운 '현실'을 맞딱뜨리고 결국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아무의 투덜거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내 머릿속의 지우개
저를 붙잡고 있는 것들이 아직은 남아있기에 매번 최악의 선택을 피할 수 있었다는 현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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