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구글이 모토로라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한건... 뭐 보나마나 단물 쪽~ 빨아먹고 냅다 버리려는거 아닌가?
모토로라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모토로라는 올해 XOOM의 판매 부진으로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올인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과 HTC에 밀려 수익은 악화되고 있었다. 자체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모토로라는 누군가에 인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스마트폰 시장에 특허 전쟁이 번짐으로써 모토로라가 소유의 특허 가치가 치솟아 최고 몸값으로 팔렸기 때문에 모토로라 입장에서는 좋은 거래로 보인다. 현재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만족하는 구글의 입장에서는 모토로라의 제조영역 인수보다는 특허 만을 사들이는게 더 나은 선택이었지만 모토로라 입장에서는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이익이기에 특허만 따로 팔지는 않았다. 실제로 모토로라는 MS와도 회사 매각을 논의했지만 특허에만 관심을 보인 MS와는 협상이 안되었다고 한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 말고 특허만 인수할 방법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구글은 모토로라의 인수는 모토로라의 17000개나 되는 양질의 특허를 대량 확보하게 되어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산의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긍정적인 면과 안드로이드 플랫폼 공급자로서 제조업에 직접 진출하게되어 기존 협력 관계였던 제조사들과 경쟁관계를 가지게 되어 안드로이드 진영에 악영향을 끼칠 있다는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구글은 컨퍼런스 콜에서 특허라는 말을 20번 이상 사용하며 이번 인수가 특허의 확보에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번 인수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모토로라의 인수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언급하면서 하루전 주요 파트너들에게 미리 이야기하고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구글은 넥서스원, 넥서스S 등의 구글 자체 브랜드와 리드 디바이스 전략을 가지고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안드로이드 팀과 제조사들이 같이 디바이스를 만들고 있다고 밝히며 이 전략은 모토로라 인수후에도 바꾸려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모토로라는 독립적인 사업체로 운영되며 기존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개발 프로세스에 일원으로 참여한다.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구글 브랜드인 넥서스폰에 대해서 여전히 다른 파트너 제조사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체브랜드인 넥서스를 직접 제조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구글이 모토로라의 특허만을 활용할것 같지는 않다. 구글 소유의 모토로라의 역할은 한국 이통 시장의 과거 SKT의 SK텔레텍이나 KT의 KT테크와 비슷해 보인다. 다른 제조사들이 생산을 꺼리는 기기들을 전략적으로 공급하고, 제조사들에게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의 주도권을 지나치게 빼앗기는 것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가 구글을 애플과 같은 거대한 하드웨어 회사로 변신시킬지 아니면 모토로라가 또 다시 다른 회사로 팔려가게 될지는 아직 알수 없다. 과거 보다 통신사의 입김이 약해져 모토로라를 통한 구글의 하드웨어 입지 강화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특허 강화에 좀더 비중을 두고 있고 다른 제조사들의 견제 때문에 하드웨어 부문을 적극적으로 키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구글이 모토로라를 완전 안드로이드 위주로 탈바꿈 시키고 안정시킨이후 다시 전략적인 파트너에 매각을 시도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중국 시장
구글의 서비스가 들어가지 않는 중국 시장이 모토로라의 매출 비중에서 1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구글의 서비스 탑재없이 구글의 영향을 벗어나 안드로이드가 판매되고 있지만 전체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로컬 서비스 업체들과 제조사들이 연합해서 대응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구글이 중국내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할수 있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허의 사용
구글은 모토로라의 특허를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컨퍼런스 콜에서 정확한 방향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두가지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를 오픈 소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모든 업체에 제공하는 방향과 구글의 서비스를 탑재하는 경우에만 제공하는 방향이다. 전자의 경우는 전체 스마트 기기 시장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혁신과 확산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구글의 서비스를 탑재한 폰에서 광고 수익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사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것으로 이를 통해 구글은 플랫폼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13조원이나 되는 거금으로 특허를 구입했고 안드로이드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보상을 위해 특허를 제한적으로 사용할수도 있으나 그 동안의 구글의 행보나 CEO가 된 젊은 창업자의 비전으로 봤을때 더 큰 혁신과 변화를 바라보고 안드로이드 전체를 위해 특허를 사용할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일단 '구글의 깊은 헌신을 보여주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힌 삼성, LG 등의 제조사 입장은 과거 넥서스원 출시때와 같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켜보지만 탐탁치 않게 생각하며 모토로라를 견제하려 할 것이다. 현재 4%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모토로라의 위치를 생각했을때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에서 최대 제조사인 삼성의 입지는 당분간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을 더 강화해서 1위 제조사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하게 가져가는 동시에 구글과 모토로라의 견제를 위해 안드로이드 내에서 모토로라가 성장하는 것을 막고 밖으로는 바다와 윈폰에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1위 제조사를 노리는 삼성으로서는 먼저 노키아를 완전히 끌어내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노키아가 버티고 있는 윈폰으로 크게 옮겨가는 것도 꺼려지는 상황이다. 어떤 플랫폼에 더 비중을 둘지는 시장 변화에 따라 빠르게 바꿔나가겠지만 당분간 안드로이드 위주의 정책은 변하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HTC, LG전자
구글이 최대 협력자인 삼성을 홀대하지는 않겠지만 HTC와 LG는 틀리다. HTC와 LG 두 회사 모두 윈폰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위험을 분산시키려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플랫폼에서도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할수는 없다면 불안한 줄타기는 계속될수 밖에 없다. 현재 상태라면 그냥 좀더 잘팔리는 것을 만들어 팔뿐이다. 하지만 이 두회사 모두 안드로이드와 윈폰에 중요한 제조사들이기 때문에 구글과 MS가 어떻게 잡을 것인지도 관건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LG로서는 이번 인수가 큰 악재가 될수 있다. 기존에도 꾸준히 구글과 협력을 통해 리드 디바이스를 만들어오던 모토로라였지만 자체 OS도 준비하는등 구글과의 협력이 원만하지 않았음을 알수 있는데 앞으로 더 발전된 협력관계에서 안드로이드에만 집중할 경우 아직 충분한 기술력이나 시장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LG전자가 뛰어넘기 어려운 벽이 될수 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HTC의 경우 구글과 MS에 모두 적극적인 협력을 하고 있는데 윈폰 망고 출시후 MS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면 안드로이드에서 구글과 멀어져 3순위로 밀릴 수 있고 그런 와중에 만약 노키아가 그동안 뚫지 못했던 미국 스마트폰 시장을 MS와 윈폰을 통해 진입하게 된다면 HTC의 입지는 좁아질수 밖에 없다. 미국 시장에서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HTC가 어떤 카드를 꺼내들 것인지 기대된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재매각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위 두회사가 인수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할수 있다.
MS와 노키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발표 직후 노키아의 주가는 급등했는데 MS의 인수설이 다시 떠오르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격인 125억 달러에 비교했을때 노키아의 현재 시가총액인 140억 달러는 지나치게 저평가되어있다고 시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MS의 인수설과는 별도로 노키아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환영했는데 이번 인수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수 있고 제조사들의 MS 플랫폼을 대안 플랫폼으로 삼으면서 MS에 올인한 노키아로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특허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저가의 폰들을 문제 없이 계속 저렴하게 공급할수 있다면 MS가 하이엔드 시장만을 노리던 기존 전략을 버리고 망고에서 노키아, 화웨이, ZTE와 함께 저가형 모델들로도 시장을 공략해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에 차질을 빚을수 있으므로 노키아가 좋아하기는 이르다.
기타 제조사
안드로이드 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특허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 특허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중소 제조사로서는 이번 인수는 실보다는 득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http://googleblog.blogspot.com/2011/08/supercharging-android-google-to-acquire.html
http://techcrunch.com/2011/08/15/live-blog-the-googlemotorola-acquisition-conference-call/
PS.
이번 인수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모토로라의 인수후에도 생태계 관점에서 여전히 안드로이드가 윈폰보다는 우세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윈폰 역시 통신사의 입김이 점점 약해지고 있고 안드로이드의 견제도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윈폰도 작년 윈폰7 출시때보다 외부 상황은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결국 제품 싸움이고 누가 애플을 막을수 있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것 같구요. 최근 허니콤 API들을 보면서 최근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퀄러티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며 ICS에 대한 기대감 급상승중으로 여전히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전쟁의 승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알수 없는것 올해말부터 출시될 망고 탱고로 이어지는 윈폰과 안드로이드 ICS를 보고 직접 제품을 판단해봐야겠네요.
PS.
안드로이드 최근 점유율 1위로 급상승하며 이바닥 돌아가는게 재미 없었는데 특허 전쟁과 모토로라 인수로 다시 재밌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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