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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가 8월 16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상상마당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게임법 개정안을 통해 본 청소년 정보인권'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이번 토론회에는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검은빛' ,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 전응휘, 진보네트워크센터 관계자 장여경 이상 3명이 발제자로 참가했고, 문화연대 정소연 팀장이 사회를 담당했다. 이외에도 게임 매체 기자, 게임 산업 관계자, 청소년단체 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토론회 사회를 담당한 정소연 팀장은 "지난 6월 29일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통과된 상태에서 선택적 셧다운제까지 통과됨에 따라 게임산업은 이중규제를 받게되고, 이런 규제를 위해 게임 서비스업체는 청소년에 대해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게 된다. 이에 오늘 토론회를 개최해서, 게임법 개정안이 청소년의 정보인권을 어떻게 침해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 전응휘, 진보네트워크센터 관계자 장여경,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검은빛' 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과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발표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자.
맨 좌측이 토론회 사회를 담당한 문화연대 정소연 팀장
■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셧다운제는 여성부의 예산 확보 전략이다"
1) 여성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응휘씨는 셧다운제를 추진하는 여성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셧다운제가 게임을 아예 못하게 만드는 제도는 아니며, 그 내용은 게임을 하되 '잘' 하라고 하는 것이고, 게임을 하되 '친권자의 보호 하에서' 하라는 것이고, '16세 미만 청소년은 0~6시에 일체 하지 마라'는 것이다"며 "이를 반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셧다운제에 반대하는 사람이 '왜 다른건 놔두고 온라인게임만 규제하느냐?' 혹은 '왜 특정시간에는 플레이를 못하게 하는 식으로 규제하느냐?'고 묻는 다면, 아마도 여성부와 문화부 측은 '우리가 알아서 중독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게임들을 잘 선정하겠다'라고 답변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부가 처음부터 모든 게임을 규제하겠다고 못 박은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법률을 신중하게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 셧다운제는 여성부의 예산 확보 전략
청보법 개정안은 셧다운제에 적용되는 게임을 여성부와 문화부가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적용되는 기준은 바로 게임의 '중독성'. 그렇다면 셧다운제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부와 문화부가 '중독성이 높은 게임'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느냐이다.
이에 대해서 전응휘씨는 "게임업체와 게이머입장에서는 어떤 게임이 셧다운제에 적용될지가 중요한 문제겠지만, 여성부입장에서는 어떤 게임이 셧다운제에 적용 대상이 되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여성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부가 청소년 게임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해야하므로, 이에 필요한 절차와 규정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예산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 그리고 그 예산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부가 이렇게 예산 확보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그는 "여성부는 정권이 바뀌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부서였다"며 "그러다가 간신히 살아난 부서인데, 예산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저런 규제를 만들어서 예산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셧다운제도 그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셧다운제에 적용되는 게임은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여성부는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셧다운제에 적용되는 온라인게임을 가급적 많이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며 "그 범위는 절대 줄지 않을 것이고, 매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부와 문화부의 '힘싸움'에 대해서는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인다. 문화부 장관은 게임산업을 진흥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여성부가 '공격'하면 문화부가 '방어'하는 형국으로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3) 게임법 개정안, "청소년보호를 위해 성인 실명제가 도입된 것"
전응휘씨는 게임법 개정안 내용 중 '19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 서비스에 가입할 때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조항을 두고, '인터넷게임실명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청소년보호를 위해 성인 실명제가 도입된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친권자가 게임 서비스 업체에게 동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친권자도 본인인증이나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핵심은 '성인 실명제'라는 것.
친권자의 동의 의사를 받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주민등록번호 확인, 공인인증서 확인, 아이핀 확인 등이다. 전응휘씨는 현실적으로 '주민등록번호'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게임 서비스업자와 친권자가 대면해서 확인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주민등록번호 확인, 공인인증서 확인, 아이핀 확인 중 선택 해야한다. 이중에서 아이핀은 보급률이 현저히 낮고, 공인인증서의 경우 은행에서 발급해주는 무료 공인인증서는 다른 서비스에서 보통 적용되지 않는다. 대부분 유료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본인인증이 된다. 따라서 게임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다른 방법 보다 편하고 회원이 돈을써도 되지 않는 '주민등록번호'로 친권자 동의를 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4) 학부모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며 국가에 규제를 요구했다
전응휘씨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학부모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고 국가에 규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하며, 자율학습을 예로 들었다. 많은 인문계 고등학교들이 실시하는 '자율학습'은 엄밀하게 말하면 학생 스스로 참가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학부모들이 "자율학습을 자율학습으로 놔두면 어떻하나, 국가가 나서서 학생들을 잡아줘야지"라고 요청했고, 이렇게해서 자율학습은 실질적인 '타율학습'이 됐다.
'강제적 셧다운제'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는 헌법상 자녀에 대한 교육권과 인격형성권을 가지고 있지만, 학부모 스스로 이 권리를 포기하고, "이런건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규제를 요청한 것. 그는 "인터넷게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민원이 실제로 많았다. 그 민원을 여성부가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0~6시에 인터넷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국가가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며 "사실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측에서 두 번째가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 "셧다운제는 위헌이다"
장여경 활동가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과 게임법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녀가 지적한 것은 1)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침해, 2)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3) 가족의 자율성 침해 등이다.
1)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장여경 활동가는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에 대해서 "청소년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도 행복추구권에 들어간다"며 헌법재판소 판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00년 4월27일 헌법재판소가 발표한 98헌가16등 판례는 "행복추구권은 청소년이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부여한다고 할 것이다"고 밝혔고,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사회의 아동/청소년이 건전한 공연문화와 영상문화를 마음껏 향유하지 못하는 보다 궁극적인 칙임은 우리사회의 궁핍한 문화환경, 입시위주의 교육과 지나친 교육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입시교육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보호위주의 입법정책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장여경 활동가는 "게임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이 부족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청소년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왜 게임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 셧다운제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며, 허점도 많다
장여경 활동가는 게임법 개정안과 청보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에서 정한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할 때 특정인의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그녀는 "게임은 이미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또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려고 한다"며 "청소년이 게임을 이용할 때 청소년/부모의 실명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입법목적에 비해 과도한 규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밤 12시 이전에는 청소년위해매체가 아닌 게임물들이 밤 12시가 넘으면 갑자기 청소년위해매체가 되는 꼴이다"고 꼬집었다.
교육용 게임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장여경 활동가는 "요새 교육적인 목적으로 개발되는 게임들도 많다.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규제를 하면 교육용 게임개발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 도용으로 간단하게 회피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녀는 "요새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다. 이것으로 셧다운제를 쉽게 회피할 수 있다"며 "제도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국가가 청소년들에게 위법을 권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3) 셧다운제는 가족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장여경 활동가는 셧다운제가 PC방을 넘어서 가족까지 규제하는 것을 지적했다. 그녀는 "학부모는 자녀와 상의해서 가족관계 및 양육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도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가정에서 밤 12시 이후에 게임을 하건 말건 국가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게임법 개정안과 청보법 개정안에 있는 강제적/선택적 셧다운제 및 각종 규제들은 인터넷게임의 가정 내 이용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는 과도한 규제로 헌법상 기본권과 정보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내용이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좌측에서 두 번째가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
■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검은빛 "셧다운제가 말하지 않는 것"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검은빛은 '셧다운제가 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제로 간단하게 발표했다. 그는 "게임법과 청보법 개정안을 보면 청소년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이 논리의 밑바탕은 '청소년은 미성숙한 대상이니 통제하고 규제해서 보호해야한다'는 것이다"며 "하지만 청소년 게임 과몰입 현상은 청소년의 선택이 아니고, 청소년이 과몰입할 수박에 없는 환경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문화활동을 넓여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문화는 매우 제한되어있다. 게임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게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돌아보면 '이게 선택이었나'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게임을 규제하는 제도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며 "이런 좁은 결정권을 고려하면 청소년에게 문화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청소년이 다양한 문화를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맨 우측이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검은빛
토론회가 열린 홍대 상상마당 4층 회의실
김창훈 기자 changhoon@ruliweb.com |
보도자료 press@ruliwe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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