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가 싫었다. 아니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싶었다.
고3 주제에 1년동안 출석을 거부했다. 신기하게 용케 졸업했다.

대학이 싫었다. 지극히 멋대로인 소신으로 주류에서 벗어난 대학생활.
자신감 아니 자만, 어쩌면 오만방자 할 수도 있는 짓꺼리를 일삼았다.

군대가 싫었다. 2년동안 사회에서 격리된다는게 참을 수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익근무요원, 덕분에 2년을 썩었다.

사회(돈)가 싫었다. 하나하나 모두가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겠지만,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벌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알바에 몰두했다.

자동차사고,  과실여부와 손해배상을 둘러싼 법정다툼으로 1년,
뇌손상 밍 추유증, 기억 손실과 자아를 잊은 광란 덕분에 정신병원에서 다시 1년.
다행히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기억상실&기억력감퇴 의 콤보공격으로 좌절했고 결국 학업을 포기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게 되버린 요즘의 나날.
당장 먹고, 자고, 싸고 지내는데 큰 불편은 없기에 연명이라는 단어는 호들갑이겠지만,
문득…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회의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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