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마블과 부동산 시장의 비밀 / 뉴스테이 시대,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
이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크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드문드문 있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루마블과 부동산 시장의 비밀'을 옮겨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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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부루마블(Blue Marble), 혹은 모노폴리(Mono Poly)를 알고 있는가? 이 게임은 미국의 게임디자이너인 엘리자베스 매기(Elizabeth Maggie)라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 그녀는 이 게임을 통해서 세상의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다만 이 게임은 어떤 경제 이론을 시험하려 했다는 것이 탄생의 비화로 알려졌다.
그 이론이란 토지 단일세(토지를 민간이 보유한 상태에서 인구 증가나 과학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토지가치가 올라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는 것)로,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라는 경제학자가 주장한 것으로 유명화다. 토지단일세를 쉽게 풀면, 특정한 이유로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면 다른 모든 생산활동의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파격적인 개념이다. 이를 단일세(Single-Tax)라 불렀는데, 말 그대로 세금은 토지세만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 보드게임 플레이를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단 한 명의 참가자만 생존하고 나머지 모든 참가자는 파산한다. 엘리자베스 메기는 토지사유제가 지속하고 점차 시간이 지나 경제가 순활할수록 결국 극소수의 대지주만 남고 대다수 사람은 파산하고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믿었다.
게임의 결과 역시 이를 그대로 방증한다. 토지단일세 이론을 주장한 헨리 조지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우리는 토지를 공공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We must make land common property)"라고 말한 그의 이론은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1879년 작)>이라는 책의 출시로 미국과 전 유럽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20세기를 뒤흔드는 사건들의 이론적 기반이 된다. 이 이론에 부동산 투자의 교훈이 들어있다.
영국계 미국인인 헨리 조지는 젊은 시절, 뉴욕처럼 발전된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와 같이 덜 발전한 도시의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빈곤한 것을 발견하고 이상하게 여긴다.
그 원인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장경제에서 인구 증가와 기술발전으로 공통으로 창출되는 부는 그 상당 부분이 토지가치의 상승으로 연결되는데, 토지대(economic rent)라는 명목으로 결국 소수의 토지소유자와 독점사업자에게만 그 부가 옮겨지기 때문에 나머지 대중들은 가낭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통적 요소로 발생한 토지대 상승은 그 자체로 불로소득(unearned income)이라 보고, 이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면 공통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의롭다고 본다. 즉, 인구증가·과학발전→공통 요소로 토지가격 상승 → 토지대 상승 → 소수 민간 토지소유자에 부 집중 → 대중의 빈곤화가 반복된다고 본 것이다.
그는 반대로 토지를 보유한 자가 직접 투자를 통해서(토지 개량, 나무 심기, 건축물 건설, 인프라 구축 등)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서는 정상적 경제활동이라고 보았기에 이런 독자적 활동에는 오히려 과세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상적 경제활동에 과세한다는 것은 오히려 경제활도을 제약하는 것으로 봤으므로 무분별한 과세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러나 단일세 이론은 단순히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오는 상황이나, 자동차가 빨라져서 도시가 작아지는 효과 등으로 도시나 국토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을 '공통 가치'로 보았고, 이런 가치 상승은 토지주의 투자와 별개로 보아야 하며, 그렇기에 그 가치 상승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면 전 사회가 세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나머지 경제 활동의 과세는 모두 필요 없다는 것이다.
헨리 조지의 주장에도, 당시 현실은 극소수의 대형 토지주들에게만 토지가치 상승의 수혜가 귀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토지단일세 개념은 1900년대 전후에 토지를 국가에 귀속당한 농민들이 사회개혁에 반항하는 운동의 이론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진보(Progress)할 수록 빈곤하다는 이유였고 그의 책이 '진보와 빈곤'인 이유다.
훗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도 헨리 조지의 단일 토지세 이론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한 바 있고, 과거 홍콩 정부는 심지어 홍콩 정부의 수입 중 35%를 토지세(일반 거래세와는 다름)로만 충당한 적도 있다. 물론 현재도 전 세계 각지에 헨리 조지 협회나 연구소 등이 존재하며, 최근에는 토지공개념이라는 이름으로 각색되어 한국에도 소개된다.
필자는 종종 신흥국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인구 증가와 과학 기술의 속도가 빨라지는 신흥국의 토지를 특별한 제약 없이 매입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부루마불에서 주사위를 돌릴 수 있는 위치로 온라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는 한국을 빗대어 설명해도 똑같다. 인구와 가구, 공학과 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하는 서울과 수도권 밀집지역에서 도심지의 토지를 주택이나 부동산을 통해서 매입하는 행위는 결국 행위자를 부루마불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토지의 가치를 더 잘 알고 있는 정부 역시 도지의 보유세, 거래세 그리고 종합소득세 등을 통해서 과도한 토지보유를 규제하는데 나선다. 이런 제약 자체가 토지 보유의 유리함을 전제로 하는 것들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접근은 바로 엑셀을 통해 미래 현금흐름이나 미래가치를 추정하는 것처럼 복잡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는 공통 가치가 과연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인지 아닌지를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것이 실질적인 장기투자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독자들이 부루마불이든 모노폴리든, 주택부동산 시장에서 게이머로서 주사위를 돌릴 생각인지, 아니면 구경만 하고 있는지를 잘 고민해보길 바란다. 토지공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이상, 토지사유제를 통해 토지를 확보한 이들만이 인구와 가구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플러스로 유지되는 한국에서 그 부가가치를 누리게 된다.